생명의 QT
정성으로 맞이하는 가을
  • 지금도 기억나는 광고 카피가 있다. “하늘을 닮은 색을 내달라 하셨습니다. 그 마음속 색을 찾아 물들이고 또 물들였습니다. 매 정성이 하늘에 닿을 때 하늘도 그 색을 허락하셨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색 빛깔이 염색된 천들이 나부낄 때 한 남자가 하늘을 응시하던 모습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사라진 쪽빛을 되찾은 정관채 염색장이 그이다. 실제로 쪽이란 식물에서 하늘의 푸른색을 얻기 위해 그는 늘 자신의 마음이 욕심에 물들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늘의 색을 얻고자 하늘의 마음을 가지려던 어느 장인의 모습이 가을이 오는 날 파란 하늘과 함께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생각했다. 한복을 짓는 구혜자 침선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인생에 가장 좋고 뜻깊은 날,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새 옷 한 벌을 장만하여 입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그런 옷이라면 소박하되 화려하고 가난하되 부유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어야지 않을까. 그래서 오래오래 두고 입는 옷을 선물하고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한다.” 정성의 깊은 의미는 무엇보다 예기 중용 23장이 잘 설명한다. 어느 영화에선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풀어주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가을이 성큼 다가서면 애잔한 낙엽의 떨림조차 우리 가슴에 그리움을 부를 것이라 노래했다. 더욱 정성스러워지는 가을, 하여 가을에는 기도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했다.
  • 2023.09.15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 1997년은 우리나라가 IMF외환 위기를 선언했던 해였다. 1998년 그 이듬해는 정말 엄청난 고통과 아픔의 시작이었다. 그때 우리를 위로해 주던 광고가 있었다. 햇빛에 새까맣게 그을려버린 얼굴과 피부를 가진 우직한 여자 골퍼가 연못가에 떨어진 골프공을 쳐내기 위해 양말을 벗었는데 그 양말 속의 피부만 하얗게 드러났던 순간. 창피할 수도 있는 그때 그녀는 서슴없이 그 발로 연못으로 들어가 그 어려운 아이언 샷을 성공하고 유난히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호하던 장면. 바로 그 장면 속에 흐르던 노래. 상록수. ‘역사는 반복된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겨우겨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났다고 기뻐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찾아왔다. 그 영향으로 풍요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신음과 한숨으로 고통받는 현재 상황.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새삼 이 노래가 그립다. 한때 운동권 저항가요로 금지됐던 곡. 가수 양희은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각자의 이해타산 및 진영논리에 매몰돼 신뢰와 의리를 헌신짝처럼 송두리째 내던져 버리는 세태를 보며 왠지 우리나라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상록수인 소나무의 변함없는 기상이 그립다. 아무리 힘들어도 변치 말아야 할 가족의 화목과 형제자매의 우애조차 고단한 삶에 매몰돼 사라지고 정겨운 명절의 사연조차 아쉽고 안타까운 오늘. 어떤 비바람 눈보라에도 꿋꿋하게 버텨 끝내 이겨내자고 스스로를 그리고 우리 서로를 힘껏 응원해보자.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 2023.09.08

    소명과 사명으로 일하는 하나님의 사람
  • 공동체의 운명은 소명과 사명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소명과 사명의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 중에도 부르심을 기억하며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아무리 작은 일이 주어져도 그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 최선을 다한다. 소명과 사명의 사람은 일의 열매를 통해 주변의 사람들을 높이고 모든 문제의 책임은 자신에게 돌려 속한 공동체를 살려낸다. 자신의 능력만을 자랑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잘못된 일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어떠한 소명도 사명도 없는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후 모든 어려운 일들을 감당하면서 자신이 가진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고(고전 9:18),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으며(딤전 1:15),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자신의 생명보다 귀하게 생각했다(행 20:24). 이와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왕성하게 역사하는 것이다. 남을 탓하고 책임을 피하는 것으로 공동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명과 사명으로 일하며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공동체는 반드시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런즉 내 상이 무엇이냐 내가 복음을 전할 때에 값없이 전하고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게 있는 권리를 다 쓰지 아니하는 이것이로다”(고전 9:18).
  • 2023.08.25

    젊게 살아야 젊어진다
  • 엘렌 랭어 전 하버드대 교수가 재미난 실험을 하기 위해 미국의 한 지역신문에 광고를 냈다. “추억 연구에 참여할 70~80대 노인 16명을 모집합니다. 일주일간 조용한 수도원에서 동년배끼리 옛날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연구팀은 수도원을 20년 전의 환경으로 디자인했다. 그 시절의 영화와 유행가, TV 프로그램, 시사잡지를 보게 하고, 가구도 모두 그 시절 유행하던 것으로 채웠다. 추억 연구는 핑계고 실은 노화(老化) 연구였다. 노인들은 자기소개서에 20년 전 팽팽한 사진을 붙이고 모든 것을 현재형으로 이야기해야 했다.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2003년 8월로 돌아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뉴스와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5일 근무제 시행에 합의하고 파업을 마감하는 뉴스를 보면서 토론하였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대구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놀랍게도 참여한 A그룹 노인들은 마치 20년 전인 50대로 돌아간 듯 신체 나이를 20세 거슬러 올라가 시력과 청력, 기억력, 악력 등이 향상되고 체중도 늘었다. 실제 젊어진 것이다. 누군가의 부축 없이는 걸음을 내딛기 힘들었던 한 노인은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걸었다. 절반 이상이 지능검사 점수도 높아졌다. 랭어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우리를 틀에 가두는 것은 우리 몸이 아니라 몸이 한계를 지닌다고 믿는 우리 스스로의 사고방식”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비록 나이를 먹으면 쇠퇴한다는 고정관념만 버려도 늙는 속도는 훨씬 느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늙음조차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다.
  • 2023.08.18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40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광복절 노래의 1절이다. 감동으로 시작되는 첫 소절은 눈물겹다. 되찾은 조국 우리 땅을 다시 ‘만져보자’하며 ‘바닷물도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고 표현한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은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순국선열과 그 부모들을 뜻한다. “벗님”은 함께 해방을 맞이한 동시대의 사람들을 말한다. 나라 잃은 40년의 세월이야말로 “뜨거운 피 엉긴 자취” 그대로다. ‘엉기다’는 ‘점성 있는 액체나 가루가 한 덩어리가 돼 굳어지다’ 또는 ‘감정이나 기운 등이 뒤섞여 응어리가 생기다’는 표현을 담는다. 광복된 우리나라는 바로 일제 치하 40년 우리 민족의 한 맺힌 눈물과 피가 엉긴 자취이다. 올해로 78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 곧 다가온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광복절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다. 이어 1950년에는 문교부에서 <광복절 노래>를 제정해 공포했다. <광복절 노래>는 역사학자이자 대한민국 초대 감찰위원장을 역임한 정인보가 작사했고, <보리밭>, <동백꽃> 등을 작곡한 윤용하가 곡을 썼다.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에 보람 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광복절 노래 2절의 가사처럼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써 힘써’ 함께 광복의 날을 기억하며 나가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윈스턴 처칠
  • 2023.08.11

    그리스도인의 향기
  • 1990년대 후반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 스티븐 루비(Steven Ruby)가 파키스탄의 카라치 빈민가에 파견 나갔을 때의 일이다. 공중보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정도로 시설은 열악했고 각 가정의 위생환경도 최악이었다. 스티븐은 팀원들과 이 지역을 면밀히 조사한 후 사람들이 손만 잘 씻어도 대부분의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주민들을 찾아다니면서 비누를 나눠주고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미 충분한 비누를 가지고 있었고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손을 씻지 않고 생활했다. 놀랍게도 그 이유는 비누의 질이 나빠 거품이 나지 않았고 손을 씻고 난 뒤에 피부가 건조해지며 손에서 악취까지 났다. 스티븐은 미국의 한 기업의 도움을 받아 거품도 잘 나고 향이 좋은 비누를 ‘세이프가드’라는 이름으로 공급했다. 거품도 잘 나고 특히 향이 좋은 비누를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손 씻기가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별다른 지시 없이도 수시로 손을 씻어 많은 위생 문제가 해결됐다. 이처럼 때로는 복잡한 설명보다 순간의 향기가 더 강력할 때가 있다.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예수님의 복음의 향기가 묻어난다면 우리와의 만남에 세상 사람들도 자연스레 복음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디서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후 2:14).
  • 2023.07.28

    최고의 선택과 결단
  • 우리 삶에는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이 이어진다. 개인의 작은 일부터 나라의 중차대한 일까지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단이 매순간 우리에게 요구된다. 올바른 선택과 분명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늘 최고의 선택을 내리며 살기를 원하면서도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삶에서 또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때에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큰 특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우신 성령님이 우리 안에 계시며 지금도 우리의 간구를 듣고 계시다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구하고 아뢰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말씀드리십시오”(빌 4:6, 쉬운성경). 큰 선택과 결단 앞에 있다면 염려하지 말고 즉시 골방으로 들어가 하나님과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 홀로 산책을 하며 주님과 충분히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 하나님과의 시간을 갖는 것은 진정 우리의 가장 큰 특권이다. 비록 상황과 환경은 어려워도 성령님이 우리 마음에 기쁨과 평안을 주신다. 그리고 이러한 평안 가운데 우리는 최고의 선택과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절대로 마음의 평안을 세상의 것과 바꾸지 말자. 당장의 결과에 힘들어하지도 말자. 평안 속에 내린 결정은 최고의 선택이 되어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일들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어느 누구도 측량할 수 없는 평안이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 가운데 풍성히 임할 것입니다”(빌 4:7, 쉬운성경).
  • 2023.07.21

    멸치머리에 블랙박스가 있다고?
  • 물고기도 나이가 있다. 어떻게 알까? 경골어류, 그러니까 단단한 뼈를 가진 어류의 경우 머리, 엄밀히 말하면 귓속에 이석(耳石)이란 게 있다.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인데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낸 후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서 물고기 나이를 알 수 있다. 몇 살인지, 심지어 몇 년 며칠에 태어났는지도 알려준다. 물고기의 이석에는 비행기 블랙박스처럼 살아온 여러 정보들이 기록돼 있다. 멸치가 대표적이다.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책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에는 우리 바다의 물고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3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며 각종 생선을 즐겨 먹지만 정작 생선에 대해 잘 모른다. 황 박사는 달별로 우리바다의 물고기 16종을 나눈다. 1월 명태, 2월 아귀, 3월 숭어, 4월 실치와 조기, 5월 멸치, 6월 조피볼락과 넙치, 7월 복어, 8월 뱀장어, 9월 갈치와 전어, 10월 고등어, 11월 홍어, 12월 꽁치와 청어가 대표적이다. 그중 지금 7월의 생선 복어 이야기를 엿듣는다. 중국 시인 소동파가 “복어의 신비스런 맛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을 만큼 복어 하면 ‘독’이 떠오른다. 복어의 독은 원래 가진 게 아니라 먹이를 통해 생성된 것이다. 증거로 인공 배양해 양식된 복어는 독이 거의 없으며, 독을 가진 자연산 복어의 소화관에는 조개껍데기, 납작벌레 등 독을 품은 먹이들이 발견된다. 황 박사는 물고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궁금했던 질문들, 가령 고등어 등은 왜 푸른지, 가자미눈은 왜 한쪽으로 몰려 있는지, 가을전어는 왜 맛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과학 지식을 담아 설명해준다. 꽃 한 송이도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듯, 물고기 한 마리도 그들의 비밀을 알고 나면 더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지 않을까.
  • 2023.07.14

  • 순복음가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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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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