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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어딘가엔 샘이 숨겨져 있습니다

몇 년 전 대구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이 길거리에서 8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폐로 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행인들이 돈을 모두 주워간 뒤였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돈은 청년이 할아버지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돈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특히 평생 고물상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할아버지가 손자인 이 청년에게 물려준 돈도 길거리에 뿌려졌다는 것이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저 안타까운 소식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훈훈한 미담을 남기며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건 직후 대구 경찰은 여러 SNS를 통해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를 위해 마련한 유산을 돌려주십시오”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청년의 소식이 전해진 뒤 돈을 주워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돈을 되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청년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도움의 손길을 보탰습니다. 어떤 분은 500만 원을 경찰서에 건네며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주세요.” 삭막하게만 보이는 세상에 사실은 따뜻한 마음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비상 착륙한 비행사가 소혹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를 만납니다. 어린 왕자는 비행사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비행사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장 난 비행기와 얼마 남지 않은 물을 걱정했습니다. 이때 어린 왕자가 비행사에게 말합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해져 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입시지옥에 내몰린 학생들, 암울한 미래로 인해 불안해하는 청년들, 노후대책 때문에 걱정인 중장년들까지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회는 더욱더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이기주의도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비행사가 처해있던 사막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막에 샘이 숨겨져 있듯이 세상에는 여전히 자신이 가진 것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샘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어려움에 처한 청년에게 기꺼이 도움을 준 시민들이 그러한 사람들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여전히 사랑의 마음으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 삭막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숨겨진 샘이 되어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과 섬김의 작은 샘들이 모여 희망의 큰 강을 이루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기사입력 : 2020.08.02. pm 15:54 (입력)
김용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