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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안의 또 다른 이웃- 베두인

이른 아침 해가 동쪽 요르단 저편에서 떠오른 시간 집 밖 광야에서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들려온다. 아침 일찍부터 베두인 목동이 이끌고 나온 양떼와 염소떼들이 우리 집 앞 광야까지 올라오는 소리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는 제법 큰 베두인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서 목동은 매일 양떼와 염소떼를 데리고 광야에 풀을 먹이러 나온다. 이스라엘에는 유대인들과 아랍인 외에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집단이 바로 베두인들이다. 베두인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유목민으로서 이동이 가능한 천막을 치고 목축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아랍 사람들이 아니다. 베두인들은 중동 땅에서 가장 오래 산 민족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어느 나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로서 자신들을 베두인이라고 칭한다. 베두인들은 이곳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목민들이다.

 이들은 중동 전역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이스라엘에는 약 100만 명에 가까운 베두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두인들은 이 땅에서 3000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성경에도 이들이 아브라함 때에 살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흔적들을 성경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세의 장인인 이드로이다. 이드로의 가족은 대대로 양을 치던 이들이라고 한다. 모세는 그 가족 안에서 결혼도 하고 40년 광야를 떠돌며 유목민으로 살아왔다. 후에 이 가족들은 겐 족속의 후예로서 레갑 족속으로 불리며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가나안 땅에 들어가 야훼를 섬기며 그 성전에 양과 염소의 제물을 바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베두인은 다양한 부족과 지역적 차이를 갖고 있지만 인류학자들은 그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보기도 한다. 과거의 역사 속에 베두인들은 작은 민족으로 있지만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베두인들이 사는 곳이 이스라엘의 남쪽 지역인 네게브 사막이다. 이 곳에는 공식적으로 약 50만 명의 베두인들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과 요르단 와디럼 인근에는 큰 유적들이 많다. 요르단의 페트라 유적과 네게브 사막에 있는 아브닷 유적은 바로 베두인들의 과거 화려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유적은 과거 가장 강성했던 베두인 제국이었던 나바티안 인들의 흔적이다. 나바티안 제국은 중동의 향료길이라고 부르는 무역로를 차지했던 제국으로 이 제국을 세운 것이 베두인들이었다. 이 제국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베두인들은 자신들을 나바티안의 후예라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와 배경을 가진 베두인들은 진정한 중동의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이들은 국경도 없고 정해진 구역도 없이 떠돌면서 산다.

 그러나 그들을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것이 제국의 열강들이 그려 놓은 국경선인 것이다. 20세기 초반 서구 유럽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권에 맞추어서 중동의 국경을 그렸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밀려와 살게 된 베두인들은 지금의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정착하게 된다. 지금도 베두인들에게 친척이 어디에 사는지 물으면 중동 전역을 가리키면서 자신들의 가족들과 친족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산다고 한다. 과거 이스라엘 정부는 베두인들을 흡수하고 정착하도록 그들에게 주택을 지어주고 마을을 만들어 줬다.

 그러나 베두인들은 그 건물을 포기하고 다시 사막에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 그 이유는 천막은 아무 때나 거둬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건물은 그들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이런 베두인들의 삶도 변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목축으로만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고 싶어 한다. 전기와 스마트폰이 베두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면서 떠날 수 밖에 없는 삶의 방식이 그들을 이 땅에 묶어 두기 시작했다.

 현재 많은 베두인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광야와 목축을 떠나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오고 있다. 베두인 마을들은 광야 한가운데서 점점 도시 가까이로 이동하였다. 부모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자식들을 도시의 학교로 보내려 하고 아이들은 점점 전통적인 베두인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제 베두인들도 역사 속에서 그 모습들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조금이나마 남은 목축의 삶이 그들이 베두인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베두인식 천막과 음식을 맛 보여주는 관광체험 업소가 그나마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는 베두인들의 문화를 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의 핏속에는 유목민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지 아침 저녁으로 양떼와 염소 떼를 익숙하게 몰고 가는 어린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해 뜨는 광야와 해지는 광야 속에서 양 떼를 몰고 노새를 타고 가는 베두인들을 보면 잠시나마 시간을 넘어서 아브라함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마주하는 느낌을 가진다. 성경의 레갑 족속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이 이스라엘과 함께한 하나님을 섬기는 날을 고대해 본다.

김요셉 목사

 

기사입력 : 2020.07.19. am 09:5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