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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에 ‘고다자’라고요?

서울 한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가 주차장에 이중 주차해놓은 차량을 밀어서 옮기려다 차 주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그 후에도 얼마나 억울한 일을 겪었던지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아직 50대의 나이에 아파트 주민들에겐 친절한 ‘경비 아저씨’로 사랑받던 터여서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사연이 뉴스로 알려지자 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갑질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소환됐다. 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아픈 이야기를 직접 쓴 책이다. 책 제목 ‘임계장’은 저자의 이름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여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때로는 ‘고다자’라고도 불렸는데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는 데서 부른 말이란다. 날마다 보는 얼굴에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인 사람을 어찌 그리 낮잡아 보는 말을 만들었을까.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선진국’인 양 떠드는 우리의 자화상이란 게 겨우 이렇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진 사회라도 내 앞의 한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모른다면 누군가는 여전히 억울함에 아파할 수 밖에 없는 세상임을 깨닫는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부유하고 선진적인 공동체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서하고 사랑하라 하시고 아무리 낮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예수님께 하듯 물 한 그릇 대접할 줄 아는 사람들의 세상이 천국이라 하셨다.

 

기사입력 : 2020.05.17. am 10:3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