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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만지다


덕수궁 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 진행 중 
세계적 건축가들 고궁과 현대미술 만남 선보여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급하게 떠나버린 것만 같은 가을이 아쉽다. 아직 낙엽길을 걸으며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 아쉬움에 서둘러 길을 떠나본다. 가을 단풍과 낙엽하면 떠오르는 덕수궁 돌담길로.
 낭만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은 혼자여도 누군가와 함께여도 걷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돌담과 낙엽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주변에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어 문화산책 코스로도 제격이고 무엇보다 담 안에는 덕수궁이 있다.



 고종황제의 궁궐인 덕수궁에 있으면 시간이 훌쩍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정문인 대한문 앞에서는 매일 세 차례(월요일 제외) 왕궁수문장교대식이 열리는데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궁성문 개폐의식, 궁성 수위의식, 순라의식 등을 1996년부터 재현하고 있는 행사다. 수문장 교대의식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20분 동안 유연하지만 절도 있는 의식 행렬이 진행된다. 교대를 마친 수문군은 숭례문까지 순라를 한다. 바로 맞은편 시청앞에 서있는 대형 트리와 눈 앞에 펼쳐진 조선시대의 궁궐 그리고 수문장 교대식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덕수궁에 들어가면 가장 중앙에 위치한 중화전이 보인다. 1897년 러시아공사관에서 덕수궁으로 환궁한 고종이 1902년에 새로 지은 정전이다. 앞뜰에 조회 등의 의식이 있을 때 문무백관의 위치를 표시하는 품계속이 좌우에 있으며 중화전의 정문으로 중화문이 있다. 특히 중화전은 중화문과 더불어 보물 제819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도 고종의 침전으로 사용되고 고종이 승하한 곳이기도 한 함녕전, 광해군과 인조가 즉위한 곳인 즉조당, 고종이 신하나 외국사신을 접견하던 준명당, 덕수궁의 유일한 중층의 목조건물로 선조가 임진왜란 중 의주로 피난갔다 환도한 후 거처했던 곳이자 승하한 석어당, 조선 역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했던 정관헌, 조선시대 궁중건물 중 대표적인 유럽풍의 석조건축물인 석조전,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조전 서관, 황실의 도서와 보물을 보관하는 용도의 황실 도서관인 중명전 등이 있다.



  덕수궁에서는 지금 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가 진행 중이다. 고종황제의 서거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근대의 태동을 알렸던 대한제국 시기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현대 건축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이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고궁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20년 4월 5일까지 이어진다. 덕수궁 전시는 광명문을 지나 함녕전, 중화전, 석조전으로 진행된다. 덕수궁 광명문에는 광명문을 액자로 삼아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밝은 빛들의 문'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이 스크린 설치 작품은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상징적 문이자 일종의 가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덕수궁의 법전인 중화전 앞에서는 '대한연향'을 만나게 된다. 3m 높이 기둥에 달려있는 오색 필름은 바람과 빛에 모두 반응해 중화전 앞 마당 바닥을 오색 빛깔로 수놓는다. 이 작품은 1902년 중화전 앞마당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전통 연희의 모습을 담았다. 석조전 분수대 앞에는 '미래의 고고학자'라는 작품인 3층 계단 형태의 설치물이 놓여있다. 그 밖에도 고종 황제의 침전이던 함녕전 앞마당에는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가 전시돼 있다. 

글 이미나 / 사진 금지환 기자

 

기사입력 : 2019.11.24. am 12:41 (편집)
이미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