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획ㆍ특집 > 김지방 기자의 ‘사랑, 세상을 변화시키다’
죽기까지 우리 죄를 용서하고 구원하신 주님의 사랑

참된 용서 통해 마음속 깊은 미움 떨칠 수 있어

구약성경 사무엘하 16장에는 다윗 왕이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왕위를 잃고 예루살렘에서 도망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들에게 쫓겨 나가는 초라한 다윗 앞에 시므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시므이는 다윗에 앞서 이스라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의 먼 친척이었습니다. 그는 다윗을 자기 집안의 원수라고 여긴 듯 합니다. 다윗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이렇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피를 흘린 자여 사악한 자여 가거라 가거라 사울의 족속의 모든 피를 야훼께서 네게로 돌리셨도다. 그를 이어서 네가 왕이 되었으나 야훼께서 나라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기셨도다 보라 너는 피를 흘린 자이므로 화를 자초하였느니라 하는지라"(삼하 16:7~8). 똑같은 구절을 쉬운 말 성경으로 읽으면 시므이가 다윗을 얼마나 저주했는지 좀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습니다.

 "꺼져! 꺼져! 이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야! 네가 피를 많이 흘렸으니 너는 이제 폭삭 망하게 된 거다." 시므이는 자기 집안의 어른이었던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죽은 것이 모두 다윗 때문이라고 오랫동안 원망했던 것 같습니다.

 다윗이 이런 신세가 된 것은 사실 자신의 책임이 큽니다. 다윗이 밧세바를 탐하는 죄를 저지른 직후 왕위를 이을 왕세자로 삼았던 아들 암논이 배다른 누이 다말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잘못을 아들이 똑같이 되풀이한 셈입니다. 다말의 친오빠였던 압살롬은 2년 동안 이를 갈다가 아버지 다윗을 꾀어 암논을 죽이는 복수를 하고 아버지의 왕좌까지 빼앗는 복수를 했습니다. 다윗은 여기에 더해 자신의 처갓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울의 집안 사람 시므이에게서 저주와 욕설을 듣게 됐습니다.

 다윗의 신하가 시므이를 죽이려 했지만 다윗은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몸에서 태어난 아들도 나를 죽이려 하는데 하물며 사울의 집안사람이야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하나님이 저주하라고 시켰다면 어찌 막겠습니까. 오히려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주님이 불쌍히 보시고 좋은 일로 갚아주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다윗이 아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왕좌를 되찾자 신하들은 "시므이를 처벌해야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다윗은 이때도 시므이를 감쌌습니다. 자신을 모욕한 시므이를 용서해주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다윗왕은 죽음을 앞두고 아들 솔로몬에게 유언을 할 때 "꼭 명심할 것이 있다"며 이렇게 당부를 합니다.

 "내가 마하나임으로 피신할 때 시므이가 독한 말로 나를 저주했다. 내가 하나님께 맹세하며 그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그에게 죄가 없지 않다. 그를 곱게 죽게 해선 안된다"(왕상 2:8~9). 결국 솔로몬은 시므이가 도망친 노예를 찾기 위해 예루살렘 밖으로 나간 일을 핑계 삼아 처형합니다(왕상 2:36~46).

 다윗은 생전에 시므이를 용서한 듯 보였지만 마음 속 깊이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를 처벌하지는 않았지만 죽기 직전 아들 솔로몬에게 복수를 당부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주기철 목사,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등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려고 노력한 많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용서와 화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다윗마저도 끝내 자신을 저주한 시므이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마음 깊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의 힘으로 용서가 안 된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겸손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사랑의 힘을 부어주시길 기도합시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한 것처럼 우리의 죄를 용서해주소서"라고 가르쳐 주신 주님께 말입니다.

김지방(국민일보 기자)

 

기사입력 : 2019.05.12. am 09:41 (편집)
김용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