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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과 바꾼 마라톤 - 의족 마라토너 ‘테리 폭스’

 1980년 9월 1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북부의 한 도시에서 테리 폭스는 마지막 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로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외쳤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꼭 해낼 겁니다!”(Never give up!I’m sure you!) 아침 일찍 힘차게 달리기를 시작한 테리 폭스는 그러나 30㎞ 가까이 달린 시점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테리 폭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달렸습니다. 그는 캐나다 동쪽 끝 대서양 연안의 도시인 뉴펀들랜드 세인트조지에서 143일 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노란 곱슬머리, 근육질의 몸매, 태양에 그을린 피부. 테리 폭스는 누구보다 건강해 보였지만 그에게는 오른쪽 다리가 없었습니다. 대신 허벅지부터 신발까지 철로 만든 특수 의족에 의지해 5374㎞를 달려왔습니다.

 마라톤과 농구를 즐기던 18살 대학 신입생 테리 폭스는 오른쪽 무릎뼈 속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학이 발전한 덕분에 오른쪽 다리만 절단하면 생존할 확률이 70%입니다. 만약 2년 전에 발병했다면 생존확률은 15%밖에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의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1977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뒤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휠체어 농구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암에서 완치됐다고 생각한 테리 폭스는 다른 암 환자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아니, 비록 암 때문에 오른쪽 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의 몸과 영혼은 아직도 건강하며 암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매일 밤 사람들이 잠든 뒤 혼자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삐걱거리는 의족이 부서져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자신을 단련했습니다. 희망의 마라톤을 위한 준비였습니다.
 “제가 만난 암 환자들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찬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마라톤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캐나다를 횡단하겠습니다. 대신 2400만 명의 캐나다 국민 여러분은 1달러씩만 모아 암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합시다!”

 암환자협회조차 이 마라톤이 가능할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테리 폭스는 스스로 후원자를 모아 1980년 4월 12일 대서양 바닷가에서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테리 폭스의 달리기가 알려지자 함께 뛰는 시민들도 있었고, 그 자리에서 모금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암을 이겨내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테리 폭스는 캐나다의 영웅으로 떠올랐고,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는 동안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침은 갈수록 심해졌고 가슴의 통증도 커졌습니다. 슈페리어 호수에 다다른 테리 폭스는 길가에 나온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리기를 계속했습니다. 테리 폭스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다다를 때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의 응원이 끊기자 폭스는 함께 달리던 친구에게 부탁했습니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 같아. 병원으로 나를 데려다 줘.”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테리 폭스는 달리기를 중단하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3년 전 무릎에 있던 암이 폐까지 올라왔습니다. 집에 가야 한다네요.”
 테리 폭스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엑스레이를 찍고 어쩌면 가슴을 여는 수술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암과 싸우겠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께 테리 폭스는 말했습니다.
 “암 환자에게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저는 전혀 특별하지 않아요. 다만 전 병원에 가만히 누워서 잊혀지기보다 뭔가를 하길 선택했을 뿐이에요.”

 테리 폭스가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모금은 계속 이어져 마침내 2400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1981년 6월 28일 테리 폭스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캐나다 의회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모든 국민이 그를 애도했습니다.

 하지만 테리 폭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름을 내건 희망의 달리기는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매년 9월 말 테리 폭스 달리기가 열려 유치원생부터 노인들까지 수백만 명이 참가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0개국에서도 테리 폭스 달리기 행사가 열립니다. 지금까지 테리 폭스의 이름으로 모금된 금액은 7억 달러에 이릅니다. 지난 30년간 암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는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암 환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은 테리 폭스의 사랑,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세계인의 마음이 이뤄낸 기적입니다.

김지방(국민일보 기자)

 

기사입력 : 2018.10.14. am 09:24 (편집)
김용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