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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의 랄프 이야기

 한반도 상황이 1년 사이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변화된 환경을 보면서 나는 지난해 8월 독일 드레스덴의 유명한 프라우엔(자유) 교회 앞 광장에서 만난 랄프라는 독일인을 생각했다. 당시 나는 뭔가에 이끌린 것처럼 드레스덴을 방문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 폭탄’으로 인해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고조된 때였다.
 드레스덴은 전쟁의 참극을 경험한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연합군의 폭격기 수천대가 전쟁물자 생산기지였던 드레스덴을 맹폭했다. 2만 5000여 명이 사망했고 ‘엘베 강의 피렌체’라 불리던 도시의 90%가 파괴됐다. 프라우엔 교회도 완전히 파괴됐지만 전쟁 후에 과거의 모습을 기억한 수많은 사람들이 사방에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복구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광장에서 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 독일인이 가슴에 ‘No War in Korea’(한국에 전쟁이 없기를)라고 쓰인 종이 피켓을 들고 광장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무심한 듯 그 사람을 쳐다보며 지나갔지만 한국인인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가슴이 너무나 뜨거워졌다. 그에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는 랄프라는 드레스덴 시민으로 프라우엔 교회 신자였다. 과거 전쟁의 참극을 겪은 동독인으로, 크리스천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모는 전쟁이 한반도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왔다고 했다. 하나님께 전쟁을 막아달라고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랄프는 그렇게 내 마음에 새겨졌다.
 올 5월과 6월 연이어 열린 남북과 미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식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아직도 길은 멀지만, 전쟁에서 평화로의 극적인 전환이었다. TV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머나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를 위해 광장에 섰던 랄프를 떠올렸다. ‘No War in Korea’를 외치던 그의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한반도를 위해 기도했고, 광장에 섰다. 그는 지금도 기도하고 있으리라.

 

기사입력 : 2018.10.14. am 09:07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