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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가 주는 꿀과 열매

 

 우리나라의 가을은 견과류가 풍성하다. 그중에서도 밤은 가을을 대표하는 견과류로 수분이나 지방 함량이 적고 다른 견과류에 비해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이다. 시장할 때는 알밤 한 움큼이면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5월 말에서 6월에 피는 밤꽃은 모양이나 색이 화려하지 않아 꽃이 피는지조차 쉽게 구분되지 않지만 꽃향기는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난다. 밤꽃 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꿀맛과는 다르게 그 맛이 씁쓰레하다. 즉 꽃에서 나는 냄새나 꿀맛은 좋지 않고 색도 짙은 암갈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밤꿀은 다른 잡화(雜花) 꿀보다 약리적 효능과 항암효과가 뛰어나서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보다 탁월하다. 약이 되는 독특한 꿀로 일반 꿀과 다르게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제 밤나무 가지에 맺힌 열매를 보자(사진). 대부분의 견과류나 과일류는 자신의 종족보존을 위해 씨앗을 향기롭고 단맛 나는 부드러운 과육을 표면에 노출하여 동물에게 먹이로 제공함으로써 씨앗을 널리 전파한다. 하지만 밤나무 열매는 그와 반대로 외부의 접근을 표면의 거친 가시로 방어한다. 마치 고슴도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화 되어 가시로 덮여 있는 것처럼 밤송이도 마찬가지이다. 고슴도치가 천적을 만나면 몸을 둥글게 굽히는 모습은 영락없이 밤송이를 연상시켜준다. 그러므로 밤을 나무에서 따거나 떨어진 것을 주어 담을 때는 날카로운 가시를 경계해야 한다.
 ‘축복은 고난이라는 포장지로 싸여 있다’는 말 또한 밤송이를 연상시킨다. 우선 치밀한 가시로 무장된 밤 껍질에서 밤을 꺼내고 그 안에 번득이는 암갈색의 갑옷처럼 질긴 껍질을 벗겨 내며, 다시 그 안에 섬유질로 쌓인 거친 얇은 피부를 벗겨내면 드디어 맛있는 밤을 얻을 수 있다. 견과류 중에서 밤처럼 가시의 위협과 여러 과정의 탈피를 위해 많은 수공(手功)이 드는 것도 없다.
 한편 밤송이는 같은 성장기간 동안 토실토실한 알찬 밤이 되는 것과 한쪽으로 심하게 찌그러진 쭉정이가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일부는 썩었거나 종종 벌레가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가을은 값진 열매를 수확하는 큰 기쁨의 계절이다. 수고와 고난을 참고 견딘 결과이다. 그러나 때로는 원하지 않는 쭉정이와 해충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든 역경을 견디어 낸 견실한 알밤 같은 성도가 되자.  

 

기사입력 : 2018.09.09. am 10: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