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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이러스’

 어느 가을, 특정 지역에 병이 돌기 시작한다. 갑자기 열이 나고, 눈은 빨개지고, 피부에 빨간 발진이 난다. 점차 증상은 심해져 근육통과 함께 시름시름 앓으며 혈압이 떨어져 쇼크가 오고, 혈뇨와 함께 피를 토하다 소변을 보지 못하는 신부전이 생기고 사망에 이른다. 그리고 점차 사망자는 늘어간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실제로 발견된 ‘한탄 바이러스’와 ‘서울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다. 1950년대 한국전쟁에 참전한 UN군들 사이에 괴질이 돌았다. 열을 동반한 출혈을 일으키고, 신장에 이상이 나타났다. 바로 ‘유행성 출혈열’(신증후군 출혈열)이다. 원인 모르는 이 병에 3000명이 감염됐고 수백 명이 사망했다. 전쟁 후에도 이 병은 의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미국에서는 15년간 이 병의 원인을 밝히려고 연구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같은 시기에 함흥의과대학을 다니다 공산주의를 피해 서울로 온 한 청년은 서울대 의과대학으로 옮겨서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그의 이름은 이호왕. 훗날 한국의 지명을 딴 바이러스들을 발견하고 백신까지 개발한 한국의 과학자다. 그는 미국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수년간의 연구 끝에 한탄강에서 잡은 등줄쥐로부터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한탄강의 이름을 따서 ‘한탄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집쥐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돼 ‘서울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계적인 발견이었다. 미스터리한 괴질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쥐에 살면서 쥐의 똥, 오줌, 침 등으로 나와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쥐에 물리거나 접촉하지 않더라도 호흡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 특히 가을인 10∼12월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하는 것이 좋을까?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특히 가을철 야외에서 활동이 많은 농부나 군인, 휴전선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백신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성묘 등을 이유로 야외, 들판, 나무그늘 등에서 쉴 때도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탄 바이러스’ 말고도 쯔쯔가무시 같은 진드기에 물릴 수 있으니 긴 소매, 긴 바지, 장갑, 양말 등을 잘 착용하고 앉을 때는 돗자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김병무(가정의학과 전문의, 순복음의료인연합회)


 

기사입력 : 2018.09.02. am 09:54 (입력)
복순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