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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스 종로구 ‘익선동’


독립운동가 정세권이 조성한 최초의 한옥마을

 빽빽이 줄지어 선 빌딩숲 사이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장소가 나타난다. 이곳이 근래 ‘핫’한 주목을 받고 있는 종로구의 익선동이다. 서울의 한옥거리 하면 대개 북촌과 삼청동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실은 익선동이 북촌보다 먼저 들어선 한옥마을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최근 들어 여러 매체들이 익선동을 ‘핫 플레이스’로 지목하는가 하면 유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도 섭외되면서 더욱 ‘핫’해졌다. 익선동(益善洞)은 본래 한성부 중부 정선방 관할의 동리인 익동에서 ‘익’자를 따고, 정선방에서 ‘선’자를 따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착함을 더한다’는 글자의 의미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종로는 조선시대부터 대표적인 상업지역이자 교통의 요충지다. 일제의 식민지화가 시작될 무렵 종로에는 종로경찰서, 조선총독부 같은 식민통치와 수탈기관들이 생겨났다.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정치, 사회, 교육은 물론 건축까지 일본과 서구의 양식들이 유입되었다. 일본 주택들이 점점 늘어나고 땅을 빼앗기거나 집값을 못 낸 사람들은 변두리로 쫓겨났으며 그 자리를 일본인들이 채워나갔다.

우리 정체성 지키고자 조성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의식과 정체성의 상실을 우려한 선각자들이 있었는데 정세권 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건양사’라는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해 서민들에게 싼 값으로 주택을 임대해 주었다. 이 때문에 일제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대규모 땅을 사들여 익선동을 시작으로 성북동, 혜화동, 창신동 등에 한옥 단지를 건설했다. 북촌 한옥마을 역시 그의 손길이 닿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근대식 한옥이 존재하는 곳은 익선동이 유일하다.
 익선동의 매력은 개량 한옥에 있다. 처마와 마루에서 고즈넉한 전통 한옥의 정취가 풍기면서도 간판과 창문에선 모던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빼앗는다. 한옥의 나무 재질과 보태니컬 패턴(botanical pattern: 식물의 꽃 잎 열매 등을 주제로 한 무늬)의 인테리어가 조화롭고 자신의 색을 입고 자리 한 가게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멋과 한옥의 멋이 조화를 이루는가 하면 골목을 다채롭게 꾸민 일러스트에도 눈길이 머문다. 표준화한 한옥단지여서 높낮이가 같은 집들이 줄지어 있는데 제각각 맛집이거나 나름의 매력을 뽐내는 카페들로 즐비하다.
 친구와 연인이 함께 걸어도 좋지만 부모님과의 나들이 장소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곳은 요즘 주말이면 골목마다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로의 변두리 취급을 받으며 인적이 드물었다.

개량사업 후 새 명소 부각

 2014년 한옥을 개량하면서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서울의 또 다른 명소가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이곳에 터잡아 살아온 오래된 주민들로선 달갑지만은 않다. 공사 먼지에다 관광객들의 소음까지 더하여 불만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익선동을 찾았을 때 할머니 한 분이 문틈으로 빼꼼이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인상을 찌푸린 할머니 뒤로 그리 넓지 않은 집안이 눈에 들어왔다. 개량된 가게들의 멋진 뜰채와 달리 할머니의 집은 대문과 집안의 거리가 멀지 않아 방음조차 안 될 것 같았다.
 나라를 사랑한 독립운동가 정세권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이곳, 그래서 한옥 100여 채가 과거와 현재의 조화 속에 잘 보존되어 전해지는 익선동은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골목이다. 햇살 뜨거운 이 계절에 익선동 골목을 거닐며 도심 속 휴식을 즐겨보면 어떨까. 주민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도 더하여...

글·사진=김주영 기자

 

기사입력 : 2018.07.15. am 10:20 (입력)
김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