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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 빛도 없이

 독일의 헤른후트(Herrnhut)란 지역을 두 번 방문했다. 가능하면 매년 찾고 싶은 곳이다. 헤른후트는 독일과 체코,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인구 1200여 명의 마을. 이곳의 영주였던 진젠도르프 백작은 체코 서부 보헤미아의 경건한 복음주의자로 18세기에 종교적 박해를 피해 헤른후트에 정착한 모라비안 교도들과 형제단을 만들어 근대 독일의 영적 각성을 이끌었다. 헤른후트는 ‘하나님의 피난처’ 또는 ‘하나님의 오두막’이란 뜻이다.

 1727년 진젠도르프가 이끄는 모라비안 공동체 가운데 큰 부흥이 임했다. 하나님과의 진실된 만남을 통해 이들 공동체는 자신들의 생명을 가장 귀한 일에 바치기로 다짐한다. 1728년 개신교 최초로 두 명의 선교사를 서인도제도에 보낸 이후 18세기에 226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했다. 이들은 선교지로 가면서 자신들의 관을 짜가지고 갔다. 선교지에서 삶을 바치겠다는 결의였다.

 헤른후트에서 마을 전체에 흐르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영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을 내 모라비안 교회 묘역에 있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의 무덤을 보았을 때에도 깊은 감동이 찾아왔다. 그들은 세상적으로는 무명의 사람들이었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누구보다도 큰 자들이었다. 오직 하나님만을 추구하며, 그분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 죽었다. 헤른후트 공동체의 모토 가운데 하나가 “복음을 전하다 죽어라. 그리고 잊혀지라”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다 죽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은 자 같으나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행했던 선교와 24시간 기도, 일터 신앙은 세대를 거쳐 흐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름 없는’ 무명 씨가 주역이 되는 것이다. 오직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사랑함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을 얻었던 사람들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때다. 모라비안 공동체와 같이 하나님의 마음을 얻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연대에 의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큰일’이 이뤄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 2018.07.08. am 09:54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