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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반대가 혐오라는 주장 ‘어불성설’

 기독 국회의원이 발의한 혐오표현규제법안

 2016년 6월 26일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구의 가장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개최된 동성애자들의 음란행사인 퀴어축제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예수 복장을 한 동성애자가 부채에 ‘혐오 폭력꾼, 지옥 가리라’는 글자를 적고 수많은 인파 가운데 펄쩍펄쩍 부채춤을 췄다. 그 뒤에 있던 다른 동성애자는 목탁을 두드리며 “주님” “아멘”을 외쳤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었다. 주님의 거룩한 이름이 부도덕한 성행위를 일삼는 이들에 의해 조롱당하고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1년 8개월이 지난 서울 여의도에선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이자 대구에 지역구를 둔 크리스천 국회의원이 ‘혐오표현규제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말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지 사실상 차별금지법을 뺨치는 법이었다.

 만약 혐오표현규제법이 통과됐다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동성애는 병이며 죄악이다”, “나는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믿는다”라고 거리에서 외쳤다면 혐오표현으로 낙인찍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단순한 비판, 의견표명만 해도 혐오표현으로 걸리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전국의 성도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대구지역 교계 목회자를 통해 설득하고 항의전화, 반대의견 남기기 등을 통해 15일만에 법안을 철회시켰다. 


 합의조차 안 된 혐오, 도대체 무슨 뜻?

 그렇다면 혐오표현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기에 법까지 만들어 규제하려 했던 것일까. ‘혐오’의 의미는 표준국어사전에 ‘미워하고 꺼림, 싫어하고 미워함’이라고 나온다. 즉 싫어하는 감정인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문제는 ‘혐오표현’이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합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혐오표현 규제의 국제적 동향과 입법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혐오표현의 정의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이유는 혐오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는 불명확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혐오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혐오표현 규제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국회의원은 ‘개인 또는 집단이 갖고 있는 특성을 차별하거나 분리 구별 제한 배제하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차별 폭력 또는 증오를 선동 고취하는 행위’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했다.
 혐오는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사람들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 정도의 뜻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의가 인간 내면의 자연스러운 감정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인 강간 수간 근친상간 동성애 등 어떠한 부도덕한 가치에 대해 싫어하는 감정을 느낀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만약 이걸 혐오로 낙인찍어 통제한다면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혐오표현규제법은 사실 국민의 사상과 감정을 일률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초헌법적인 법이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짓밟는 혐오논리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따라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킨다. 시민들은 사상의 자유시장(market place of ideas)에서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토론하며 설득과 합의를 거친다.

 이런 원칙에 따라 시민들은 한국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동성애, 동성혼, 반사회적 종교집단, 이슬람 테러 등 공익사항에 대해 비판한다. 공적 관심사(Public concern)에 대한 표현 양심 종교 학문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최대한 보장 받는다.

 그런데 일부 비판적 언어와 표현이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준다고 혐오표현으로 낙인찍어 민·형사 및 행정 제재로 전면 차단시키겠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차단시키겠다는 발상과 같다.

 누군가 동성애를 비판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혐오집단이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이야기 하면 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마 뜨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이 가능해야 해요. 동성애와 동성결혼, 사이비 종교, 종북사상이 한국사회에 정말 도움이 된다면 반대측의 비판에 반박하고 납득시키면 될 것 아니겠어요? 이런 사회적 토론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 반대주장을 짓밟는다면 주체사상에 찌든 북한이나 중국식 사회주의와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안 그래요?”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기사입력 : 2018.03.11. am 12:2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