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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나-네게브가 품은 또 하나의 도시


아무도 살지 않는 척박한 땅에 세워진 네게브의 심장

 예루살렘에서 사해로 가는 90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사해끝단에 서쪽으로 향하는 25번 국도가 있다. 25번 도로를 타고가다 보면 광활한 사막 한 가운데 자리잡은 도시가 있다. 네게브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디모나이다. 브엘세바, 아라드와 함께 디모나는 인구수 3만3600명으로 네게브 사막에서 자리잡은 큰 도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브엘세바와 아라드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디모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성서적으로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별다른 유적조차 근처에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가의 근현대사에 있어서 디모나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도시이다. 디모나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 이스라엘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초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엘세바가 네게브의 수도 같은 역할을 한다면 디모나는 네게브의 심장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디모나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독특함 때문이다. 그것은 이곳에 위치한 이스라엘 핵연구소 때문이다.
 1948년 독립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이스라엘은 절대로 아랍 국가들과 적대적이고 싶지 않았다. 초대 수상인 벤구리온은 아랍 국가들과 할 수 있으면 연합하여야 된다고 주장하였을 만큼 초기 이스라엘국가는 지금 2018년도의 상황과는 매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의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스라엘이란 나라와 유대인들과의 공존은 꿈에도 꾸지 않고 항상 적대적이고 위협적이었다.


 독립전쟁은 승리라기보다는 생존에 가까웠고 가뜩이나 적은 인구에 전쟁으로 얻은 타격은 초기 이스라엘국가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주위의 수많은 아랍 국가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유대인들을 강제로 쫓아내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커다란 부채를 떠안듯이 밀려오는 유대인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모든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에 살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 정부에게는 더 넓은 땅으로 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이주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밀려오는 유대인들 중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인 아랍계 유대인들과 러시아계 유대인들을 남쪽으로 내몰았다. 그들이 정착하게 된 곳이 브엘세바와 아라드 그리고 여로함이라는 도시였다. 1957년 이집트의 새로운 수장이 된 나세르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서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고 아카바만(홍해)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남쪽 항로가 막히는 심각한 위협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집트가 간과한 것은 영국과 프랑스였다.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국유화가 가져오는 불이익을 간과할 수 없던 두 강대국은 이스라엘과 연합하여 전쟁을 일으키게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난 것이 시나이 전쟁 혹은 제2차 중동전쟁이다. 이 이야기에서 디모나가 등장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작은 개발 도시였던 디모나에 핵발전소와 연구소를 세우기를 원했다. 그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벤구리온은 이스라엘이 중동국가 사이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벤구리온은 유대인기구와 국회를 설득하여 시나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참여하는 대가로 프랑스에게 핵기술을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프랑스는 비밀리에 이스라엘과의 협약을 맺게 된다. 그렇게 해서 디모나에는 핵연구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디모나란 도시는 그렇게 유명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보다 더 놀랍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디모나란 도시가 얼마나 복잡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인가 하는 것이다.
 디모나는 도시적으로 핵시설과 발전 시설을 둔 공학도시이다. 그러나 그곳에 몰려든 이들은 가장 소외되고 이스라엘 주류 사회에서 제외된 이들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척박한 땅으로 몰려 도시를 지어야만 했던 이들이었다. 도시가 세워지고 난 후에는 광야를 사모하는 종교유대인들이 몰려왔다. 소외된 지역이었지만 그들의 조상들이 지내왔던 광야로 온 종교 유대인들은 현대 디모나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공장과 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현대 산업인력들과 과거의 신앙 속에서 살고 있는 종교인들이 함께 살고 있다. 종교와 전통 하지만 또한 세속이 어우러져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또 하나의 색다른 공동체가 디모나에 살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히브리 이스라엘인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정체성은 유대인보다 더 이전의 정체성인 히브리인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의 신앙은 종교유대인들과 비슷하지만 율법에 얽매이기보다는 야훼의 신앙에 더 집중하는 아브라함의 신앙이라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일반 종교유대인들과 같이 서구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아니라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들이다. 이들의 신앙생활은 오히려 그리스도인들과 더 유사하고 그들의 예배 모습이나 생활 관습은 두 종교를 섞어 놓은 듯하다. 이들은 현재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공동체로서 디모나 사회의 한 축을 만들어 가고 있다.

 디모나란 도시는 네게브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작은 도시일 뿐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이스라엘의 강한 힘이 시작되었다. 또한 이곳은 소수의 소외된 이들이 모여서 세운 도시이면서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공존하는 도시이다.
 디모나는 현재 이스라엘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생존의 절박함과 밀려난 이들의 애환 그리고 현재의 복잡하고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디모나는 힘을 품었지만 그 힘이 이스라엘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인 그런 곳이다.

김동구 목사

 

기사입력 : 2018.01.21. am 11:0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