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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최고의 지성에게 듣는 믿음의 길
딸의 믿음 지켜보며 하나님 은혜 깨달아
구원의 확신 통해 지성에서 영성의 삶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이라 불리는 이어령 교수. 문학 박사이자 문학 평론가인 그는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고, 88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과 문화행사를 주도했으며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다. 주요 신문들의 논설위원,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 등으로도 활약했다. 지금은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를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만났다.

 에세이와 소설, 시집, 희곡과 시나리오, 어린이 도서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대한민국의 문학계를 리드했던 최고의 석학 이어령 교수. 그는 하나님을 알게 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20대에 반 기독교적인 글을 많이 썼던 그의 손은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글을 적어 내려갔다. 대한민국의 지성으로 불리던 그가 75세에 예수님을 믿고 침례를 받은 후 그의 예술적 지평은 훨씬 더 넓어졌다. 100권이 넘는 그의 저작 중 유일한 시집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신의 존재를 외면하고 지적 작업에만 몰두해온 자신의 오만한 과거를 하나님께 참회하고 고백하는 노래다. 침례를 받을 때까지의 일상을 기록한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어령 교수가 어떻게 하나님을 알게 되고 간구하게 되었는지 기록하며 그 은혜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생명이 자본이다’를 통해 예수님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들어가지 않지만 모든 것의 생명 되시는 예수님을 전하는 기독교 메시지를 그만의 인문학으로 풀어냈다.  

 “밀턴의 실낙원을 보면 인간이 하나님을 보고 ‘우리가 만들어 달랬어요?’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죠. ‘당신이 만들어놓고 죄졌다고 고생시키고 말이 돼? 언제 인간 만들어 달랬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부모에게 ‘언제 나 낳아 달랬어?’ 라고 한다면 불효인 것처럼 하나님을 안믿는 것은 불효와 같아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을 주신 분이죠. 생명을 존귀하게 생각하면 그 앞에 엎드리게 돼요. 죽음에 가까워지면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분 보다 귀중한 분이 없구나 알게 되죠. 그래서 ‘생명이 자본이다’라는 책을 썼어요. 지금은 돈, 기술, 금융 산업이 자본인데 기독교인으로서 생명이 자본이라고 말하는 거죠. 예수님이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셨잖아요. 예수님이 우리 자본이에요. 기독교인들은 생명을 자본으로 해서 살아야 해요”


 그가 예수님을 믿게되기까지는 외동딸 이민아 목사의 오랜 기도가 있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지방 검사로 활약했고, 변호사로 마약에 빠진 청소년들을 보호하며 선교했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이민아 목사는 암과 실명, 큰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 작은 아들의 자폐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늘 하나님을 의지한 믿음의 사람이었고 많은 기적을 체험하고 간증하며 좋으신 하나님을 전했다.

 그 딸의 소원은 ‘아버지가 예수님을 믿는 것’이었다. 이어령 교수는 딸의 고난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고 그 안에서 기적을 보여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 이어령 교수는 1년간 일본 교토에서 머물렀던 2004년은 생애에서 가장 긴 한해, 지성에서 영성으로 향한 첫 번째 계단이었다고 말한다. 망막이 파열돼 시력을 잃은 딸의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달려간 그는 “딸이 볼 수만 있다면 남은 인생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글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밖에 없사오니 그것이라도 좋으시다면 하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일에 쓰실 수 있도록 바치겠나이다”라고 눈물로 기도하며 무릎을 꿇었다. 한국에 치료받으러 온 딸에게 떨어진 망막이 붙는 기적이 일어났고 병원에서도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민아 목사의 눈이 치유되고 몇 달 후 특수자폐아동 진단을 받았던 작은 손자도 완전히 나았다.

 “딸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믿었다? 천만에요. 그건 아니에요. 병 고쳐줄게 예수님 믿어라 해서 믿는 것은 아니죠. 내가 믿는 하나님은 기적의 하나님, 권능의 하나님이시지요. 딸로 인해 하나님을 만나게 됐지만 기적 때문에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기적은 목적이 아닙니다. 지금 하나님께서 병을 고쳐주셔도 언젠가는 누구나 죽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지상의 진짜 기적은 단 하나, 부활과 영원한 생명입니다”

 암이 재발해 힘든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밝은 모습으로 하나님을 전하는 딸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어령 교수는 침례를 받았다. 마침 침례받은 날이 딸의 생일이었다.

 11년 전 침례를 받았을 때 언론은 기독교 신자가 된 그를 앞다퉈 보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인본주의적인 작업을 뒤로 하고 지성의 세계에서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이어령 교수에게 하나님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수님 믿는다고 다 좋은 일이 있는 것만은 아니죠. 하나님은 우리 딸을 통해 기적을 보여주셨고 딸을 여의며 고난을 극복하게 만들어주셨고 동시에 나에게 욥과 같은 고난을 주셨어요. 나도 암에 걸렸으니까요. 하버드 법대를 준비하던 큰 손자는 아무 이유없이 혼수상태에 빠져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요. 예수님을 믿게 되면서 불행한 일도 행복한 일도 내가 하는 일이 아니구나 깨달았어요. 세상 살면서 내 의지로 선택하고 일했는데 예수님을 믿고 나니까 내가 한 일이 없어요. 하나님이 하신 거죠”

 이민아 목사의 암에 걸렸던 아픔과, 시력을 잃어가던 어둠이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영성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민아 목사는 암이 재발해 2012년 하나님 품에 안겼다.  

 “우리가 기독교 신자로서 얼마나 일을 하느냐이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내 딸 이민아 목사는 말기암으로 3개월 남았다고 했는데 더 열심히 사역하고 책도 3권을 썼어요. 몇 년을 더 사는게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하루를 더 살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거죠”  

 7년 전 이민아 목사를 만나 인터뷰했을 때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만나고 나니 뜨거운 믿음과 복음의 열정을 지녔던 이민아 목사의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도 지성과 영성의 문지방에 서있다며 자신을 겸손히 낮추는 이어령 교수에게 새해를 맞은 성도들을 위한 덕담 한마디를 부탁했다.

 “새해를 맞아 많은 분들이 늘 내 곁에 있었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새로움을 깨달으면 좋겠어요. 늘 읽던 성경 늘 부르던 찬송이지만 내게 의미가 달라지고 새로운 메시지를 깨닫게 되는 것, 그게 새해고 새로운 메시지에요. 새것은 멀리 있지 않거든요”

 이어령 교수는 사인할 때 가끔 ‘메멘토 모리’라고 쓴다. 라틴어로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어령 교수는 “간절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통해 우리는 그 분을 만난다. 그분이 우리의 생명인 까닭이다”라며 “죽음은 삶의 극한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메멘토 모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죽음을 생각하며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오늘을 감사하며 겸손히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삶, 예수님을 닮아가는 크리스천의 삶에 대한 비전도 함께 얻었다.

글 이미나 / 사진 김용두 


 

기사입력 : 2018.01.14. am 10:56 (입력)
이미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