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행복으로의 초대 > 김성일의 빈들의 나그네
저 생명 시냇가에 ④ (109)

  


 “그렇습니다. 미얀마 철도의 중앙선이 네삐더까지는 에야와디 강을 서쪽에 끼고 용케 내려 왔는데 네삐더를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시딴 강을 건너야 합니다”
 네삐더는 1962년 버마식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나선 혁명정부가 영국이 미얀마에 진출하는 교두보였던 양곤에 수도가 있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2006년 새로운 행정 수도로 지정한 작은 도시였다.  
 “네삐더 서북 쪽에 있는 뽀빠산 기슭에서 발원한 시딴 강 역시 중앙선 철도의 서쪽 평야를 따라 나란히 흘러내리다가 따웅우 역을 지나면…”
 멘사가 그곳을 손끝으로 짚었다. 우방젠 병원장이 그 자리를 들여다보니 시딴 강이 네삐더를 지나 따웅우 근처에서 슬그머니 동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비록 작은 강이기는 하지만… 양곤으로 가려면 열차는 어쩔 수 없이 시딴 강을 건너게 되어 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곳에 철교가 있어서, 그 철교가 저들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 철교를 폭파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느새 열차는 네삐더 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방젠 병원장이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시계는 1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백승기 참사관이 나왔군요”
 어느새 그를 발견한 깜보가 문쪽으로 달려가더니 열차가 아직 정지하기도 전에 플랫 흠에 뛰어내려 그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백 참사관은 바고의 깐보자따디 궁전 앞에서 깜보를 만나 보살피다가 구개열 수술을 위해 인천의 이정선 목사에게로 보낸 후 5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아저씨, 보고싶었어요”
 “어디 보자… 너, 정말 많이 컸구나”
 그 동안 신 선교사가 보내준 사진들을 자주 보기는 했으나, 생각보다 키가 많이 큰  깜보의 얼굴을 보며 백 참사관이 농담을 했다.
 “키는 많이 컸는데, 구개열 수술을 해서 얼굴이 너무 평범해졌네”
 깜보도 활짝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전 평범한게 좋아요”
 백승기 참사관은 깜보의 어깨를 감싼채 열차에 올라 우방젠 병원장을 비롯한 모든 인솔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가 멘사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어르신께서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러나 멘사의 안색은 아직 편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인사를 받기엔 아직 좀 이르네요”
 멘사가 지도를 접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원장님… 그리고 인솔자 여러분, 아이들을 잘 부탁합니다”
 “네?”
 그가 자리를 뜨려는 것 같아서 모두들 일제히 물었다.
 “아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의 손자 틴또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할아버지, 어딜 가는데?”
 “나는 앞쪽으로 가서 상황을 좀 살펴봐야겠다”
 그는 뮌조우와 꼬꼬륀에게 수시로 전화를 통해 상황을 보고하라고 이른 후에 틴또의 볼에 입을 맞춰 준 다음 좌석 사이의 통로를 빠져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플랫 홈에 내려 선 그는 창 밖을 내다보는 틴또와 깜보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나서  기관차가 있는 앞 쪽을 향해 걸어갔다. 뮌조우가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일어서더니 플랫홈에 내려 보스의 뒤를 따랐다.

<계속>

 

기사입력 : 2018.01.07. am 11:5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