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행복으로의 초대 > 환경과 신앙
안식(安息)

 배우 김주혁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를 사랑했던 누리꾼들이 SNS상에 남긴 여러 단어들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안식’이었다. “이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비단 고 김주혁 뿐 아니라 사람들을 영영 떠나보낼 때, 그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안식(安息)은 ‘편히 쉼’을 뜻한다.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지인의 안식을 간절히 기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에 ‘편히 쉼’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복잡다기한 세상사에 늘 무엇인가를 갈망하며, 시시때때로 스스로를 고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극작가 유진 오닐은 “인간은 금이 간 채로 태어나 수선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정신없이 수선하는 삶을 살다보면 어느새 이 땅을 떠나야 할 때가 오고야 만다. 생명과 마음이 망가지고, 이익을 얻고자 동료 인간과 자연 세력 등과 싸움으로써 우리는 이 땅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 안식하지 못함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이 사라졌다. 삶이 고단해졌다.

 랍비 아브라함 헤셀은 안식을 탐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지배와 사물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간 속에 있는 사물을 탐내지 않고 시간 속에 있는 영원한 보물을 탐내는 것이다. 한 주 내내 일곱째 날, 곧 안식일을 탐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식일은 생존을 위해 벌이던 잔혹한 싸움을 그치고, 개인적 갈등이든 사회적 갈등이든 모든 갈등 행위를 멈추는 날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안식일은 최고의 우상인 돈으로부터 독립하는 날이며 진창 같은 삶에서 해방되어 시간 속에 있는 영원을 맛보는 날이다.

 지금 우리에겐 그침의 날, 즉 휴전(休戰)의 날이 필요하다. 금이 간 채로 태어나 수선하며 살아가는 인간임을 자각하며 겸손하게 모든 것 내려놓고 문명을 뛰어넘는 삶의 기술을 터득하는 날이 필요하다. 유진 오닐의 말마따나 금이 간 채로 살아가는 인간에겐 참된 접착제인 하나님의 은총이 절실하다. 개인 뿐 아니라 한반도에도 그침의 날, 휴전의 날, 안식의 날이 필요하다.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장)

 

기사입력 : 2017.11.12. am 11:02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