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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수업] 무력성 시인

문제가 있다면 해결 방법도 있다
자신의 무력성 시인이 회복의 첫 단계

 신앙생활의 연조는 많은데 그 세월만큼 성숙하지 않은 인격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의 감정은 신체와 비슷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장하기 마련이다. 육신은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 이후로는 쇠퇴하지만 감정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감정과 신앙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느 선에서 멈춰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해결할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다만 문제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숙제로 남는다. 병의 원인을 잘 알아내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명의처럼 감정의 원인과 문제를 잘 발견하는 것은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여기에 회복 수업의 의미를 두고 원인을 찾는 방법과 그에 대한 올바른 해결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위치한 버나비 시에서 목회할 때다. K집사가 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K집사는 아들이 고등학교 때 이혼을 했고 몇 년 후 재혼 했다. 그러나 재혼한 부인의 딸과 친해지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새아버지에 대한 딸의 칭호는 “저기요!”였다. 더욱이 이 가족은 영주권에 대한 수속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족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돕고 싶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다며 도움을 거절했다. 그러다 점점 위태로운 상태가 됐고, 싸움이 벌어져 딸이 새아버지를 캐나다 연방 경찰에 신고해 구치소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K집사는 가정폭력 전문 사회 상담가에게 12번의 분노 조절 교육을 받고, 허락 없이 딸의 주변 반경 30㎞ 이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나는 소셜워커(사회복지사)를 통해 K집사에 대한 위탁 교육을 요청받고 K집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그때 그가 가장 먼저 시인한 것은 ‘무력성 시인’이었다. 본인이 가정의 문제에 대해 통제할 힘을 잃었고 그 통제력의 상실은 결국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었다.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 근원은 무력성을 시인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회복의 시작은 바로 무력성 시인에서부터 시작한다. 다루지도 못하는 문제를 마치 어린 자식을 업고 다니듯이 항상 달고 다닌다. 내려놓아야 한다. 그럼 무엇을 내려놓아야 이 지긋지긋한 감정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다름 아닌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이의 버릇을 고쳐 놓을 수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미 문제를 통제할 힘을 잃어 버렸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나의 무력성을 시인하면 모든 것을 온전케 세우시는 하나님의 개입이 그 때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회복의 첫 단계이다.
 K집사는 무력성 시인을 시작으로 결국 딸과 회복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가정 폭력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 배정호 목사는 현재 동대문성전 담임목사이다. 한세대를 졸업하고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를 받았다.

 

기사입력 : 2017.10.29. am 10:58 (입력)
배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