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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광택 - 김문섭 목사(동작대교구장)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포마이카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 그냥 나무 책상을 사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이어령 씨의 『삶의 광택』이란 수필의 한 대목이다. 어린 아들에게 처음부터 광택이 나 있는 포마이카 책상을 사 준 아버지는 자신의 유년시절 거친 참나무 책상을 마른걸레질로 몇 백번, 몇 천번이고 문질러 만든 ‘정성’과 ‘기다림’의 광택을 아쉬워한다. 오늘 우리 한국의 신앙인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세련된 예배당과 편리한 교회의 시스템 등 이미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감사의 의미를 잊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느덧 우리 교회도 내년이면 창립6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세월 눈물로 닦아 왔던 60년의 신앙과 노력들을 지금의 성도들은 알까? 우리에게 잃어버리기엔, 잊어버리기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있다. 간난아이를 업고, 고사리 손들을 잡고, 만삭으로 건너오던 마포다리. 자신의 먹을 것보다 주님의 교회를 섬기던 일들. 삶의 모든 소리들로 가득 차 있던 대성전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난하지만 영적으로 부유했던 순간들이었다.
 모든 것이 편해져가는 세상, ‘소중’이란 말조차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 쓰다버리면 되는 것들의 홍수 속에서 써도 버릴 수 없는, 꼭 남아줘야 할 것들이, 오랫동안 문질러야 비로소 깊은 광택을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알았으면 싶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성경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이라 말씀하신다. 잃지 않고 끝까지 지키라고 한다.
 성막의 모든 것이 어두운 그곳을 비추어 주던 금촛대(등대)를 만들 때 하나님은 금 한 달란트를 망치로 쳐서 만들라고 하셨다. 한 덩어리 34㎏의 금을 망치로만 쳐서 만들어 가면 7개의 가지가 뻗어난 아름다운 성전의 기물이 되어간다. 성막의 성물들은 금과 놋이었다. 거친 광야의 40년 동안 하나님의 백성은 그 것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금이나 놋들을 그렇게 닦아서 길을 들였다. 정성스럽게 문질러 윤택이 흐르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오랜 참을성으로 얻어진 금빛 찬란한 영광이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세상을 위해 하나님이 보내신 우리의 삶. 투박하고 거친 나무 같은 삶에서 마른 천으로 백 번, 천 번, 만 번이라도 문질러야 낼 수 있는 광택, 성막 촛대의 빛이 있다.
 어느 덧 가을이 온다. 주님은 우리를 빛이라 부르신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 지난 60년의 흐름 속에 이어 온 우리 순복음의 영성인 ‘복음’, ‘영혼 구령’, ‘성령 충만’, ‘예배’, ‘나눔’, ‘선교’를 지켜 우리 영혼의 맨 깊은 곳에서 빚어지는, 정말 최종적인 광택이 솟아나게 하자.

 

기사입력 : 2017.09.10. am 10:26 (입력)
정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