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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온 몸으로 예수를 보여주고 싶었던 그녀
한평생 ‘조선 어머니’로 살았던 독신 여선교사

 보리밥에 된장국을 먹고 고무신을 신었던, ‘조선인처럼’ 아니 ‘조선인’으로 살았던 여선교사 서서평. 독일태생인 그녀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쉐핑(1880∼1934)이다. 작은 밀알이 되어 상한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독신의 몸으로 낯선 땅 조선에 와서 죽는 날까지 평생을 헌신한 그녀는 미국 남장로교단이 선정한 전세계 ‘가장 위대한 여선교사 7인’ 중 한 명이다. 조선에서 간호사를 양성하고 여성 계몽을 이끈 교육자, 죽는 날까지 섬김의 삶을 보여 ‘작은 예수’라 불렸던 서서평 선교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1년여의 제작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서서평 선교사는 1880년 독일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할머니 손에 자란 그녀는 12살이 되던 해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서서평은 가톨릭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신학교 졸업 후 광주 제중원 우월순 선교사의 요청으로 1912년 조선에 도착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 처한 조선을 보고 가슴 치며 울었던 서서평 선교사는 조선에서 의료 활동을 전개하며 간호사 양성에 나섰다. 또 사회에서 천대를 받던 여성을 위해 교육을 시작했다. 자신의 안방에서 시작된 교육은 한국최초의 여성신학교인 ‘이일학교’(현 한일장신대)의 모태가 됐다.

 의료 사역자이지만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던 그녀는 교통수단이 없던 당시 조랑말을 타고 다니며 오롯이 복음전파에 힘썼다. 특히 제주도에 애정이 커 제주도를 오가며 사경회를 직접 인도했다. 광주 및 제주에 부인조력회를 창설하는가 하면 교회에 성미제도를 최초로 만들었다. 서서평 선교사의 사역에 있어 구제는 빼놓을 수 없이 중요했다. 그녀는 13명의 고아 여자 아이들과 한센인의 아들 한 명을 입양했고, 전남 곳곳을 돌며 한센병 치료에 헌신했다.

 조선 땅에서 22년 간 헌신했던 그녀는 늘 질병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는 언제나 조선인을 돌보는 일이 먼저였다. 그러다 1934년 ‘스루프’라는 일종의 만성흡수불량증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녀의 장례 행렬이 있던 날, 수천 명의 광주 시민들과 한센병 환자들은 “어머니”라고 외치며 오열했다.

 한평생 조선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눴던 그녀가 남긴 유품은 담요 반 장, 동전 7전, 강냉이 가루 2홉이 전부였다. 그리고 자신의 시신마저 의료 연구를 위해 써달라며 광주 제중원에 맡겼다.

 CGNTV가 한국과 독일, 미국을 오가며 촬영한 이 영화는 독일인 윤안나(한예종 석사 과정)가 서서평 선교사 역을, 배우 하정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기독인이 아니어도 조선을 위해 살아간 한 여인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나눔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가 끝나면 하정우의 내레이션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것이다. “온몸으로 예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천천히 평온하게 살고 싶었던 한 사람. 몹쓸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선교사, 서서평. 그렇게 우리는 예수를 만났다”

▶제작 : CGNTV/ 감독 : 홍주연, 홍현정/ 개봉일 : 4월 26일/ 배급 : 커넥트픽쳐스(010-8895-4696)

 

기사입력 : 2017.04.16. am 10:45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