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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변해야 자녀 중독문제 해결된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여학생을 위한 캠프가 매년 8월 초 여성가족부에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캠프 첫날, 입 소식을 다 마치고 학생들이 각자 방으로 자러가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12시가 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학생들끼리 싸우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벽에다 머리를 찧고 죽겠다고 한다고 했다. 바로 차를 몰고 캠프장으로 향했다.

 벌써 세 번째를 맞이하는 이 캠프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고 여학생 25명을 대상으로 11박 12일 동안 진행한다. 이때 부모님도 의무적으로 3일 동안 참여해야 한다. 자녀들이 하루만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도 참 불편한 마음이라는 부모들이지만, 이들은 자녀들의 노는 것을 위해 자신의 휴가도 반납하고 캠프에 참여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필자가 굳이 사연을 소개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시리라 믿는다.

 캠프 첫날, 부모님과 함께 오는 여학생들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오는 듯한 표정이다. 묻는 말에 거의 대답하지 않거나 매우 신경질적으로 답한다. 어떻게든 호시탐탐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캠프를 시작하고 2∼3일 정도지나면 금단증상이 생겨 더 힘들어진다. 이런 학생들을 데리고 12일 동안 함께 지내야 한다는 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필자는 캠프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캠프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조로 팀을 구성한 후 직함을 부여했다. 이때 학생들이 요구한 조장의 명칭은 ‘대장’이었고, 그 역할 위해 무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졸지에 필자와 직원들은 졸병이 된 것이다. 무조건 학생들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은 적어도 3일 동안 대장이 된다.

 그 결과가 어떠했을 것 같은가? 일단 한명 외에 낙오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전기를 들고 대장노릇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너무 의젓하고 멋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맡은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이 학생들은 11박 12일의 시간을 너무 행복하게 잘 지냈다. 헤어지는 날 눈물바다를 이루었고 매달 한번씩 모이는 모임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그럼 부모님들은 무엇을 했는가?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교육을 받았다. 어찌 보면 참으로 억울할 수 도 있다. 나름대로 딸을 키우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이지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지금의 양육 형태를 바꾸고 자녀를 존중하도록 했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하는 이유도 알게 했다. 그리고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했다.

 이 캠프에 오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딸이 지나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야단과 구타 등으로 관계가 매우 나빠져 있는 상태다. 그 이유가 어떻든 딸에게 상처가 될 말이나 행위가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도록 했다. 엄마가 딸 손을 잡고 어떤 아빠는 무릎을 꿇고서 마음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용서를 빌었다. 이때 엄마도 아빠도 딸도 서로를 꼬옥 끌어안고서 서로 잘못했다며 눈물바다를 이룬다. 부모가 먼저 변하여 용서를 구하니 자녀와의 관계는 회복되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겨난 것이다.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에 참석한다. 무엇보다도 딸과 관계가 회복되어 지내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어떻게 해야 스마트폰을 하지 않느냐고…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술이나 담배, 도박처럼 무조건 ‘하지 마라’고 할 수가 없다. 본인의 사용의지를 떠나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고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일단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자녀는 내 소유물이 아니라 내 배를 빌어 태어난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하자. 요즈음 자녀들은 우리가 살았던 세상보다 훨씬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 그러니 부모라도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보듬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주어라. 아이들은 사랑에 굶주리며 그 사랑을 찾아 너무 많은 시간을 헤매며 고통하고 있다. 자녀들이 주체가 되어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허락해 보자.

 요즈음 자녀들은 부모님이 세운 계획에 그저 끌려다니며 수동적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아이들을 즐겁고 신나게 하자.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자. 부모가 먼저 변하면 우리 아이들이 변한다.


조현섭 교수(총신대 교수·강서 아이윌센터장·한국중독심리학회장)

 

기사입력 : 2016.12.23. pm 20: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