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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아끼라 ② (72)

 깜보가 달리던 속도를 조금 늦추며 대답했다.
 “왜 그래?”
 “우리가 지금, 어느 쪽으로 가야 밖으로 나가게 되는 거지?”
 “아차…”
 그 말을 듣고 깜보의 온 몸에 요동치며 흐르던 피가 일시에 멈추는 듯 했다. 적들의 총격을 피해 도망치는데 급급하여 몇 개의 커브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는지 미쳐 기억해 두지를 않았던 것이다. 니니가 달리기를 멈추었다.
 “우리가…미궁에서 길을 잃은 거야?”
 그들은 똑 같이 헬라 신화의 라비린토스, 즉 ‘미궁(迷宮)’을 떠올렸던 것이다. 크레타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는 황소와 정을 통하여 머리는 황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지하의 미궁에 가두게 하고 아네테 청년들을 잡아다가 미궁에 넣어 괴물의 먹이로 삼았다.
 “가만…기억을 좀 되살려 보자.”
 처음 몇 번째 까지는 생각이 나는 것 같았으나 워낙 여러번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에 기억이 흐트러져서 도무지 정리할 수가 없었다.
 “테세우스는 어떻게 미궁을 빠져나왔지?”
 아테네 왕의 아들인 테세우스는 라비린토스의 제물이 되기를 자원하고 들어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을 탈출했던 것이다.
 “아리아드네가 준 실꾸리의 실을 풀면서 미궁으로 들어갔지.”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반하여 실꾸리를 그에게 주고 그 실을 풀면서 미궁에 들어갔다가 실을 따라 탈출하도록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우리는 실꾸리도 없이 그냥 들어왔어.”
 “혹시, 멘사의 부하들이 총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니니의 손목에 감겨 있던 도청기의 기능이 사라졌고, 멘사의 부하들이 총소리를 들었다면 혹시 멘사가 그들을 수색하도록 지시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지 생각 좀 해 봐.”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방법이?”
 깜보는 만화책이나 어린이 잡지 같은데 자주 나오는 미로 탈출의 퍼즐을 생각하고 있었다.     
 “미로의 한쪽 벽만을 계속 더듬으면서 가는 거야.”
 “무슨 말이야?”
 “어떤 미로든지 입구와 출구는 모두 벽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까 한쪽 벽만을 계속 따라가다가 막히면 다시 돌아서 반대쪽 벽을 따라서 나오는 거야. 그리고 다시 다음 커브로 들어가고, 또 나오고… 그렇게 계속 따라가다 보면 결국 출구로 나가게 되는 거지.” 
 “그러면 결국 모든 골목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 것 아니야?”
 “최악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지.”
 “에휴∼”
 니니가 한숨을 쉬었다.
 “당장 주말부터 제타 존의 연쇄 테러가 시작되고, 다음 주 토요일에는 엑스포에서 결정타를 터드리겠다고 했는데… 벽을 따라 다니는 방법은 며칠 아니, 수십 일이 걸릴지도 모르잖아?”
 “그 전에 우리가 굶어 죽을 수도 있어.”

 

기사입력 : 2016.12.04. am 11:1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