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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무저항주의와 아낌없는 자선(마 5:38-42)

천국시민의 마음자세


 이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적지 않다. 오죽 답답하면 대나무를 붙잡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겠는가. 사람이 모욕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하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복수의 칼을 갈다가 잠들고 잊어버리는 일이 어찌 한 두 사람뿐이겠는가? 와신상담의 고사처럼 섶에 눕고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다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거나 가슴에 한을 품고 한세상 지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수할 기회가 다가왔을 때 원통하다고 해서 팔이 부러졌다고 해서 상대방을 죽여서야 되겠는가? 지금부터 2700여 년 전에 고바벨론 제국에서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는데, 비교적 공평하게 서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태복수법이었다. 이 법은 같은 정도로만 서로 보복하거나 징계를 내리는 것이 허락되었다.

 모세의 율법에도 공평의 원리를 적용하는 동태복수법이 존재한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덴 것은 덴 것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출 21:24∼25). 당한 것 이상의 복수는 하지 말라는 것이 이 법의 취지이다. 더 나아가서 이 율법은 육체적인 상처로 인해 생긴 마음의 원한을 풀어버리고 건강하게 다시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갈등과 억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원한의 파괴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해소시킬 때 건강한 개인과 사회가 된다. 만일 적절하게 원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무차별 폭행이나 살인처럼 원한 맺힌 사람들이 자살폭탄이 되어 자신과 사회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 원통함을 풀지 않고 풀지 못하는 것이 말세의 특징이지만, 우리는 서로 용서해야 한다(딤후 3:3).

 우리가 이 세상을 복수가 난무하는 지옥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무저항으로 악을 저항하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동태복수법보다 더 나은 사회생활의 길은 무저항주의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서 복수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그곳에서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복수의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눈이 한쪽밖에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복수의 마을에는 몸이 온전한 사람이 거의 없다. 정말 그런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에 무슨 발전이 있겠으며, 무슨 소망을 두겠는가?

 예수님은 십자가 처형을 당하실 때 무저항주의로 일관하셨다. 예수님은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벧전 2:23), 십자가를 지셨다. 이런 무저항주의를 본받은 평화주의자들이 적지 않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를 비롯하여 인도의 간디,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 등은 진정한 평화를 위해 무저항으로 저항하였다.

 그런데 무저항주의가 언제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와 국가는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개인적인 악을 통제할 책임이 있으며, 또한 악을 행하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제재할 책임이 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의 말처럼 미친 사람이 버스 운전대를 잡으면 버스 승객들이 제지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사회의 질서에는 무저항주의가 아니라 강제성과 혁명성이 요구된다.

 또한 아낌없는 자선은 크리스천의 존경스러운 실천의 영성이다. 그런데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 만일 구하는 자에게 무조건 준다면 살인자에게 총칼도 줄 것인가?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이 말씀은 돈을 꾸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한정으로 돈을 주라고 명령하는 것도 아니다. 잠언서에서는 “너는 사람과 더불어 손을 잡지 말며 남의 빚에 보증을 서지 말라”고 한다(잠 22:26).

 이 말씀은 천국 시민의 구원의 기쁨과 마음자세를 말한다. 예수님이 주신 구원의 기쁨이 너무 커서 세상 것들로 인해 마음 문이 닫히지 않고 너그럽게 나누어주고 꾸어준다. 예컨대 대학입시에서 합격한 학생이 떨어진 친구가 화가 나서 자신의 외투를 빼앗아갈 때 장갑까지 준다. 천국시민이 된 사람은 세상의 옛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시집가는데 너무 좋아서 이웃 처녀가 속옷을 달라하면 겉옷까지 주고, 수정 귀걸이나 빨간 구두 등 달라는 대로 준다. 신데렐라에게는 왕궁의 보화가 모두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천국이 가득하고 세상이 가볍게 보이는 크리스천이 되라는 말씀이다.

 

한상인 목사(광주순복음교회 담임)

 

기사입력 : 2016.10.23. am 10:08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