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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청 성도(장애인대교구 청년부봉사자)

“승철이 형과의 우정 내년이면 10년이 되죠”
소외된 이웃 돕고 싶어 장애인대교구 봉사 시작
장애인 위한 기독학교 세우겠다는 소명 갖게돼
 
 “텽아 어어어어어…어어어어…” “형 배고프지? 오늘 메뉴는 비빔밥이야. 크게 아 해봐∼”
 대성전 지하 1층에 있는 장애인대교구 청년부실에 가면 마음을 다해 형을 돕는 류 청 성도와 고마운 마음으로 동생에게 몸을 의지하는 한승철 성도를 만날 수 있다. 둘이 오가는 정다운 대화를 듣고 있으면 보는 이의 마음에도 따뜻한 감동이 스며든다.
 10살 위인 한승철 성도를 살뜰히 챙기는 류 청 성도의 모습에 참 착한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둘은 친 형제간도 가족도 아니다.
 류 청 성도는 9년 전 프뉴마선교회 금요철야예배를 드리다 장애인대교구 청년부에서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듣고 바로 봉사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길을 가다가 어려운 사람을 보면 어머니가 제 손에 돈을 쥐어주시면서 도와주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온거죠”
 봉사를 시작하면서 그가 맡은 일은 뇌병변으로 1급 지체장애를 갖게 된 한승철 성도를 교회에 데려오는 것이었다. 왼손 검지손가락 하나만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한승철 성도는 혼자 옷을 입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상황.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평소 휠체어를 밀어본 적도 없던 그가 빌라 4층에 살고 있었던 한승철 성도를 교회에 데려오려면 두시간은 족히 걸렸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히고 휠체어에 태워서 들고 4층 계단을 내려와서 지하철까지 가야했다. 또 지하철을 타기위해 수많은 계단을 안고 들고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다. 지금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지만 9년 전에는 전동휠체어도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1층으로 내려와야할지 몰라서 무작정 형을 안고 계단을 내려왔어요. 바닥을 볼 수 없어서 조심히 내려온다고 했는데 계단 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죠. 그때 순간적으로 형을 절대 떨어뜨려선 안된다는 생각에 꽉안았는데 제 다리가 꺾인채로 바닥에 떨어져 한참을 절룩거리며 다녔었죠”
 서툴렀던 손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빛만 봐도 생각을 읽으며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한승철 성도에게 류 청 성도는 생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좋은 동생이자 어머니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소중한 친구다. 또한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류 청 성도는 봉사를 시작하면서 한승철 성도의 집을 자주 방문해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밥을 먹어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혼자서는 할 수 없어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을 돕기 위해서다. 지금은 정부 지원을 받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지만 9년 전에는 그런 제도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누군가 옆에 있어야 했다.
 “내가 없으면 누가 돌보나하는 생각에 형 옆을 지키게 되더라구요. 제가 안가면 형이 주일성수를 할 수가 없잖아요. 더욱이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큰 상처를 받은 형에게 제가 작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하죠” 류 청 성도는 한승철 성도의 속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승철 성도는 요즘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류 청 성도도 마음이 아리다. 지금 타고 있는 전동휠체어 배터리의 수명이 다 되거나 다른 곳에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가 수십만원 드는 것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한승철 성도의 이런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는 류 청 성도는 형 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겪는 물질적 환경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거룩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국민대 경제학과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둔 그는 지금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휴학하느라 졸업이 늦은데다 봉사한다고 공부하지 못한 것까지 만회하기위해 노력중이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거다. “금요철야예배를 드리던 중 장애인들을 위한 기독교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장애인들이 자신이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없어 일부 이단에서 하는 학교로 원치 않게 등록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어요. 교육을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단에 빠지기도 하죠. 이런 일이 없도록 기독교식으로 정말 살아계신 하나님을 전하는 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기도할수록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고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죠”
 류 청 성도의 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거다. 요즘은 이런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좁은데다 중증 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학교 교육을 받기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시설도 부족하고 통학을 위한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부족하다. 결국 취업도 힘들고 경제력이 없으니 가정을 꾸려나가기도 어렵다.
 “예수님께서 많은 장애인들을 고치셨잖아요. 소경의 눈을 뜨게하시고 앉은뱅이를 세우시는 등 성경을 보면 장애인들을 돌보신 사역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 크리스천들이 작은 예수가 되어서 이들을 도와야 하잖아요.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몰라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더라도 일단 비장애인들과 차별을 두면 안돼요. 물질적인 도움, 물리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을 스스럼없이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해요”
 9년전 어렵고 소외된 사람을 돕고 싶어 시작한 봉사가 이제는 그에게 소명을 안겨주고 하나님을 만나고 거룩한 비전을 갖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 됐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셨던 예수님을 따라 작은 예수가 되고 싶은 류 청 봉사자. 지금은 꿈을 꾸었지만 이제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 꿈과 말을 통해 현실이 되어질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기독교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품은 청년의 모습은 하나님의 선한 미소가 떠오르게 한다.
글 이미나 / 사진 김용두 기자

 

기사입력 : 2010.12.10. pm 15:19 (편집)
정승환기자 (kg21@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