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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진 총장(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성복교회)

“가슴으로 낳은 1남1녀의 행복한 아빠랍니다”

하나님 의지하며 불치병, 장애의 고통 이겨내
아들은 예비 목사, 딸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
‘고아수출국’ 오명 벗고 입양문화 확산 기대

 지난달 23일 KBS홀에서 열린 ‘사랑나눔콘서트’. 바이올린의 현을 따라 모리스 라벨의 ‘치간느(집시)’의 연주가 시작됐고 장내의 관객들은 한 소녀에게 집중했다.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선율을 만들어낸 고수지 양은 연주를 마친후 “어른이 되면 나와 같은 고아를 돕는 데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옆에 선 고세진 총장은 자랑스럽게 성장한 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의 고세진 총장은 1982년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에서 히브리어를 전공했다. 고고학을 공부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근동고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스라엘 예루살렘대 교수 및 총장을 역임했다. 고세진 총장은 이스라엘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14년 전 생후 6개월된 수지를 입양했다. 수지를 입양하기 5년 전에는 생후 10개월 된 제이슨을 입양했으니 1남 1녀 모두 가슴으로 낳았다. “잘 먹고 잘 사는게 인생의 목적은 아니잖아요. 결혼 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아내의 뜻을 존중했어요. 기도를 많이 한 후에 주변에서 가족도 없이 외롭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죠”

 아이를 입양하고 보니 미국에 있을 때 입양한 아들 제이슨은 몇 만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희귀 불치병을, 수지는 주의력결핍장애(ADD)를 앓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애가 있는 줄 몰랐어요. 입양하고 몇 달 있으니 제이슨과 수지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더라구요. 제이슨은 선천성으로 신장에 문제가 있었어요. 수지는 집중력이 없어 습관이 잘못 든줄 알고 혼내기도 했지만 병이라는 것을 알았죠” 고 총장은 하나님이 맡겨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인 아이들을 말씀으로 양육하며 지극한 사랑을 쏟았다.

 “난치병도 아니고 불치병이라고 하니까 낙담이 많이 됐죠. 제이슨은 보통 때는 건강하고 명랑하지만 발병되면 몸이 퉁퉁 부어서 얼굴이 배로 커져요. 처음에 깜짝 놀라서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 병의 최고 권위자 의사들을 찾아갔는데 병을 억제하는 것도 힘들다며 나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이슨을 고치려는 노력은 끝이 없었고 희망조차 찾을 수 없었다. 고통으로 신음하는 아들을 안고 고 총장의 눈물어린 기도와 회개가 계속됐다. 환경을 보고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이 치료해주신다는 확신을 갖고 매달렸다. 마르지 않는 그의 눈물에 하나님은 14년만에 응답하셨다. 아이가 14살이 되던 해부터 그 병이 사라진 것이다. “원래 주 단위로 발병하던 병이 약을 안먹고도 5년간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발병하면 면역체계가 무너져서 감기바이러스만 들어가도 죽는 무서운 병이에요. 병을 억제하는 약이 스테로이드인데 발병이 될 때는 거의 매일 먹었거든요. 이 약을 오래 먹으면 부작용이 생겨서 이 약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거예요. 병원에서는 10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고 했는데 제이슨은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서 건장한 청년이 됐어요. 목사가 돼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대요”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기적은 수지에게도 일어났다.
 고 총장이 수지를 처음 만났을 때 수지는 소리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청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수지를 위해 고민하던 중 4살 때 바이올린을 사줬는데 뛰어난 음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지를 가르친 학원 원장은 절대음감이 있다며 바이올린을 통해 대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총장은 아이가 꿈을 바라보고 노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수지는 7살에 예루살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해서 데뷔한 후로 12살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그밖에 많은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노르웨이, 스위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한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바이올린 솔로 연주 활동하고 있다. 실내악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또래 친구들과 만든 아우렐리아 현악4중주단은 창단 1년만에 미국 실내악 콩쿨대회의 골드 메달(1등)들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고아들을 위해 월드비전 ‘희망의 대사’로 일하고 있다. 오는 9월 3일에는 월드비전과 함께 고아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고세진 총장은 “서양에 훌륭한 정치가, 의사, 법조인을 보면 입양아들이 많다”며 “우리사회도 입양문화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원하지 않는 임신했을 때는 낙태를 하는게 아니라 입양기관에 위탁해서 좋은 부모를 찾아주도록 해야해요. 그래야 사회가 잘 살 수 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양아버지, 양어머니가 되고 양아들, 양녀가 되면 우리사회는 굉장히 밝아질 수 있죠. 낳아서 기르는 아이나 입양해서 기르는 아이나 차이가 없어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울타리를 넘어서 하나의 생명을 가슴에 안고 그 생명이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돼주었으면 좋겠어요”          

글·이미나 / 사진·김용두 기자

 

기사입력 : 2009.06.05. am 11:16 (편집)
이소흔기자 (sohuny@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