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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교수(충남대·노은한빛교회)

세상의 중심에서 한글로 복음을 외치다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여 성경 편찬
‘한글과 복음’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온누리한글로 8개 국어 표기 가능, 세계화 꿈 꿔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이다. 한글이 다른 언어에 비해 우수한 이유는 중국어·일본어와는 달리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 쓰는 음절 방식의 표기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ㅂ ㅗ ㅁ’이라 쓰지 않고 ‘봄’처럼 묶어쓰는 독창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소리의 표기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적용해 중국어를 한글로 변환하는 표기법을 개발하여 중국어 성경을 편찬한 사람이 있다.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정원수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자가 어려워 중국어 공부가 힘들었던 한국인은 물론 자국어를 못하는 중국인들도 한글의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 24자만 익히면 중국어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쉽게 말해 읽히는 발음을 한글로 작성하여 표기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발음〔f〕는 ‘ㆄ’로, 〔s〕는 ‘ㅆ’, 〔sh〕는 ‘ㆂ’로 표기하면 된다. 한자 대신 ‘너 어디 가니’라는 말을 한글 표기로 ‘니 취 날?’, ‘너 테니스 칠 줄 아니?’는 ‘니 훼 다 왕츄마?’식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한글 변환이 간편하고 쉬운 이유는 ‘고마워’를 뜻하는 중국어 ‘謝謝’를 로마자 기호로 표기하면 ‘xie xie’라고 쓰고 읽어야 하지만, 정 교수가 만든 한글 변환을 이용하면 ‘셰셰’라고 쓰고 이를 읽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외국어를 어려운 로마자 표기보다 쉬운 한글로 표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3년의 일. UCLA대학 교환 방문교수로 갔을 때 언어의 운율론을 공부했던 정 교수는 한글을 통해 외국어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돌아온 뒤 2005년부터 충남대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 등 2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중국어를 한글로 변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6년에는 ‘중국어 표기 문자로서 한글 입력 장치및 그 입력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온누리 한글’ 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에는 정식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제가 중국어를 한글로 변환해 표기한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중국에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죠. 중국어로 선교하고 싶어도 한자가 어려워 현지인과의 대화를 어려워 하는 선교사들이 안타까웠죠. 비단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국제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외국어 구사를 잘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정 교수는 그렇다고 한국인만을 위해 ‘온누리 한글’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자가 어려워 글을 읽지 못하는 중국인이라도 한글의 자음 모음 24자만 알면 온누리 한글로 된 중국어 성경을 통해 복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연구를 시작한 지 4년만에 성경 신·구약 표기작업을 모두 마쳤다는 정 교수는 “실제 중국인에게 한글 모음 자음 24자를 알려주고 한글 성경을 읽어보라고 했을 때 ‘중국어보다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늦어도 5월 초에 자신이 작업한 중국어성경 중 사복음서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중국어 외에도 온누리 한글 표기를 통해 영어, 일본어, 힌디어, 아랍어, 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7개 국어 표기도 가능해졌다며 효과적인 복음 사역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모두들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지었던 것을 해냈기 때문이다.

 “제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일이죠. 저는 단지 도구로 사용됐을 뿐이고요. 딸을 통해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해주시고, 이러한 일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2002년 원인모를 우울증에 시달리던 딸의 소원으로 잠시 떠나있던 하나님의 품으로 되돌아와 일꾼으로 헌신하게 된 정 교수는 ‘온누리 한글’을 통해 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이 더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온누리 한글의 보급을 위해 최근 (주)온누리한글예슬이라는 회사를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문화적 한류열풍에 맞춰 우리 나라의 기술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글을 통한 신성장 동력사업의 가능성을 전망하기 때문이다. “세계 언어를 한글로 통용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컴퓨터,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 할 수 있다면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 제작을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겠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보내기 시합에서 한글이 영어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이 최근 증명되는 등 한글은 IT시대에 적합한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중국어 등 외국어들이 컴퓨터 언어로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현재 중국인 제자들과 온누리 한글 표기법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문자도 주고받으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정 교수를 보면 이러한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노력을 통해 전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글·오정선 / 사진 김용두 기자

 

기사입력 : 2009.04.10. pm 16:55 (편집)
오정선기자 ()